안녕하세요.
브로그 앤 머로우 오은총 입니다.

이 글은 길지만 유용하고 좋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가죽, 그리고 제품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시는게 좋습니다.
이해하시는데에 있어 보다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저는 브로그 앤 머로우를 런칭하기전 국내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등에서 가죽을 수입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자연스레 지난 수년부터 현재까지 이탈리아나 프랑스, 홍콩, 일본, 우리 나라에서 수많은 테너리와의 미팅을 하며 가죽에 대한 다양한 정보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이탈리아의 베지터블 가죽 협회인 베라펠레의 내부 이야기 또는 프랑스등에서 생산하는 소위 명품 가죽에 대한 이야기, 그들 서로의 이해 관계에 대한 이야기, 가죽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그 외 나라에서 현재 일어나는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고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죽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와 정확한 정보 등을 보다 쉽게 풀어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이러한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고 브로그 앤 머로우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과 소통을 하였으면 합니다.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옐로아이디(@브로그앤머로우)를 통해 문의 바랍니다.
소가죽 뿐만이 아닌 염소 가죽, 양가죽, 프린팅 가죽, 리얼 가죽 등 모든 가죽에 대해 답변 드리겠습니다.

가죽의 종류에는 흔히 들어보셨을 베지터블 가죽과 크롬 가죽이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저희가 주로 사용하는 통가죽 타입 가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베지터블 가죽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람이 그러하듯이 소에게도 살아오면서 생겼던 벌레에 물린 자국, 어딘가에 긁혔던 상처 혹은 점, 주름, 힘줄 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베지터블 공법이라는 것은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으로 자연스럽게 보존하면서 천연 성분의 염료를 사용해 가죽 표면부터 가죽의 안쪽까지 색상을 모두 스며들도록 생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원피의 표면을 자연스럽게 보존하여 생산되는 베지터블 가죽은 상처가 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색감으로 태닝이 진행됩니다.
베지터블 가죽은 왜 상처가 나기 쉽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색감으로 태닝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저널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생산 과정 속에서도 각각의 테너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노하우와 기술력에 따라 가죽의 등급이 매겨지게 됩니다.

이 등급이라는 것은 원피 자체의 깨끗한 정도에 따라 분류되는 등급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원피를 두고 그것을 가죽으로 만드는 과정속에서, 어떠한 공법으로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완성된 가죽을 만드는지에 대한 등급을 의미합니다.
테너리만의 최고급 장비를 통한 기술력 혹은 전통적인 노하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베라펠리 협회 내에서도 단지 몇 개의 테너리만이 생산해낼 수 있는 베지터블 가죽의 종류가 따로 있습니다.
그렇게 매겨진 등급의 기준은 가죽을 제품으로 만들고 난 후에 생기는 상처와 오염 등의 복원력과 큰 관계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저널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돌아가 베지터블 가죽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드리자면, 천연 성분으로는 가죽의 색상(특히 무채색의 밝은 색상)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그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 이유는 천연 성분의 염료가 원피에 스며들기 전, 가공된 기초 단계의 원피 색상이 기본적으로 베이지 색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완전한 흰색이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회색의 베지터블 가죽은 절대적으로 생산이 불가능합니다.
회색이라 하더라도 베이지색이 도는 회색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크롬 가죽은 무엇일까요?

크롬 가죽을 생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소가 살아오면서 생겼던 벌레에 물린 자국이나 상처, 점, 주름 힘줄 등의 모든 부분을 그대로 둔 채 (베지터블 가죽과 동일한 부분입니다)

화학 성분인 안료를 사용하여 색을 덮어 입히는 생산법을 이야기합니다.
둘째, 자연스러운 부분 (위에서 언급한 상처, 점 등) 들이 너무 심하다고 판단이 될 경우 정도에 따라 표면을 깎아냅니다.
깎아내어 표면이 매끄럽게 된 원피 위에 안료를 사용하여 색을 덮혀 입히는 생산법을 이야기합니다.

이 부분 역시 테너리의 기술력과 노하우에 따라 완성된 가죽의 퀄리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설명을 보태자면, 베지터블 가죽과는 달리 화학 성분을 사용한 가죽은 그 색상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한계가 없습니다.
흰색이나 회색 등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범위가 넓고 화학 성분을 입혔기에 베지터블 가죽보다 화려하고 선명한 색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 성분을 사용하여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덮혀 입혀지므로 자국이나 상처 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상처나 스크래치, 오염에 대단히 강하고 태닝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베지터블 가죽이 크롬 가죽보다 좋거나 혹은 크롬 가죽이 베지터블 가죽보다 좋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베지터블 가죽도, 마찬가지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크롬 가죽도 있습니다.
결국 제작자가 제품의 특징과 사용성에 맞는 가죽을 선택하는 것, 즉 가죽과 제품을 연결하여 보는 안목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브로그 앤 머로우는 왜 베지터블 가죽을 고집할까요?

바로 그것만이 갖는 투박한 자연스러움과 정직한 변화 때문입니다.

늘 날 것 그대로의 주름을 간직하고서 부지런하게도 나를 닮아가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가죽의 가치는 시간이 보여주기 마련입니다.
느릿하게, 그러나 착실하고 분명하게.
그 가치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브로그 앤 머로우, 오은총 올림.